기본정보

• 일본
• 1995
• 83'00''
• 15

상영시간표

프로그램 노트

“사실 내 진짜 뇌는 벌써 죽어서 깡통 껍데기 안에서 썩어버렸고 지금의 나는 '내가 쿠사나기 모토코다'라 생각하는 고스트가 아닐까 의심할 때도 있지.” 1989년부터 시로 마사무네가 연재한 SF 만화의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는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통해 한층 비장하고 진중한 인물로 거듭났다. 뇌와 척수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신체가 기계화된 사이보그인 쿠사나키 모토코는 일본 총리 직속의 특수부대 공안9과(공각기동대)의 소령이다. 자아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그의 인식은 스스로를 “정보의 바다에서 탄생한 살아있는 사유체”로 정의하는 사이버 해커 인형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층 광대해진다. 인간과 기계, 그리고 컴퓨터가 융합된 존재의 철학적 주체성을 질문하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동시대 사이버펑크 장르의 원천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일본 환상문학의 전통이 낳은 묵시록적 상상력의 정수를 보여준다. 인간의 살갗이든 기계의 금속성이든, 껍질 밑에 스민 유령-기억-영혼은 우리를 얼마나 자기답게 하는가. 인간의 의식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개인은 과연 범주화될 수 있을까. 당대에는 지나치게 장황하거나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곤 했던 오시이 마모루의 심오한 선문답은 녹슬지 않은 비주얼에 힘입어 인공지능의 시대에 더욱더 유효한 질문거리로 와닿는다. 날렵한 움직임과 카메라워크를 자랑하는 수중 신, 주인공의 온몸이 해체되는 후반부의 명장면 등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첨단화를 방증했던 장면들의 저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카와이 켄지의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지난 8월20일 타계한 성우, 타나카 아츠코(쿠사나키 모토코 역)가 남긴 여운 또한 길다. (김소미)

감독